가을 탈모, 배수구 보고 놀라서 세어봤어요
9월 들어 머리카락이 부쩍 빠지는 것 같아 하루에 몇 개까지가 보통인지 찾아봤어요. 병원 설명은 흔히 듣던 계절 탓 이야기와 좀 달랐습니다.

샤워 끝내고 배수구 거름망을 들어냈는데, 손가락으로 집어 올릴 만큼 뭉쳐 있더라고요. 여름 내내 그러려니 했던 게 9월 들어서는 눈에 확 들어왔어요.
베개에도 몇 가닥, 세면대에도 몇 가닥. 빗질 한 번에 딸려 나오는 양도 달라진 것 같고요.
그래서 이번엔 그냥 넘기지 않고 세어봤습니다.
하루에 몇 개까지가 보통인지부터 찾아봤어요
찾아보니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은 50개에서 100개 정도가 평균이라고 해요. 서울아산병원 건강 이야기에도, 다른 병원 자료에도 같은 숫자가 나와 있더라고요.
문제는 이걸 세어본 적이 없다는 거였어요. 평소 몇 개가 빠지는지 모르니까 지금이 많은 건지 원래 그런 건지 알 수가 없죠.
그래서 사흘 동안 배수구 거름망에 걸린 것만 모아서 세어봤어요. 머리 감을 때 빠지는 게 하루 중 제일 많다고 하니까요. 세는 데 오 분도 안 걸립니다.
여기서 하나 안심이 됐던 건, 며칠 정도 100개를 넘긴다고 해서 바로 문제로 보지는 않는다는 설명이었어요. 하루치만 보고 놀랄 일은 아니라는 거죠.
세어보니 재밌는 것도 알게 됐어요. 이틀 만에 감은 날은 당연히 양이 확 늘더라고요. 그날 하루만 놓고 보면 큰일 난 것처럼 보이는데, 이틀 치가 한 번에 나온 거였어요.
머리를 매일 감느냐 이틀에 한 번 감느냐에 따라 배수구 풍경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몇 년을 놀랐다 말았다 했어요.
"가을이라 그렇다"는 말, 병원 설명은 좀 달랐어요
저는 당연히 계절 탓인 줄 알았어요. 가을 되면 머리 빠진다는 말, 해마다 어디선가 듣잖아요.
기사들을 보면 늦여름부터 낮이 짧아지면서 휴지기에 접어든 모발이 늘어난다는 설명이 많이 나와요. 여름 동안 두피가 시달린 게 뒤늦게 나타난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그런데 서울아산병원 쪽 설명은 결이 달랐습니다.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 수나 휴지기 모발 비율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읽고 나니 조금 김이 빠지면서도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계절 탓으로 돌리고 넘어가려던 참이었거든요. 확실하지 않다면, 계절 말고 제가 바꿀 수 있는 쪽을 보는 편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건조해서 머리카락이 끊어진 걸 빠진 걸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이건 저도 짚이는 게 있었어요. 빗질할 때 나오는 짧은 가닥들, 뿌리 쪽 하얀 게 안 보이는 것들요.
빠진 머리카락은 끝에 작고 하얀 뿌리가 붙어 있고, 끊어진 건 그냥 잘린 단면이더라고요. 알고 나서 들여다보니 제 거름망엔 두 가지가 섞여 있었습니다. 서른 후반부터 머리카락이 얇아진 게 느껴졌는데, 그것과도 무관하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빠지는 양보다 제 습관을 먼저 봤어요
돌아보니 여름 동안 머리를 제대로 말리고 잔 날이 손에 꼽더라고요. 덥다는 이유로 반쯤 젖은 채 누웠어요. 몇 년째 반복하는 버릇입니다.
땀 흘린 날 대충 감고 넘어간 것도, 더울 때마다 머리를 세게 묶어 올린 것도 마찬가지였고요. 하나같이 두피에 좋을 리 없는 습관이죠.
잠도 그래요. 여름엔 더워서 자다 깨는 날이 많았어요. 이런 것들이 겹친 뒤에 계절만 탓하는 건 좀 염치가 없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엔 두 가지만 정했어요. 머리는 뿌리까지 말리고 눕기, 그리고 하루쯤은 머리를 묶지 않고 지내기. 대단한 관리는 아니고 원래 했어야 하는 것들이에요.
새로운 제품을 사지 않은 건 일부러 그랬어요. 예전에 두피 쪽 제품을 몇 개씩 같이 바꿔봤다가, 정작 뭐가 어땠는지 하나도 모른 채 끝난 적이 있거든요. 돈만 쓰고 남은 게 없었죠.
이번엔 습관 두 개만 한 달 두고 보려고요. 어차피 머리카락은 천천히 자라니까 서두른다고 답이 빨리 나오지도 않고요.
지금 하는 확인 순서
1. 사흘만 세어보기 — 머리 감을 때 거름망에 걸린 것만. 평소 내 숫자를 알아야 비교가 됩니다.
2. 사진 한 장 남기기 — 같은 자리, 같은 조명에서 정수리를 위에서 한 장. 한 달 뒤에 비교하려면 이게 제일 정확하더라고요.
3. 말리는 시간 확보 — 저는 밤에 삼 분만 더 쓰기로 했어요. 반쯤 젖은 채 눕던 것에 비하면 삼 분은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뜨거운 바람으로 오래 말리는 대신 미지근한 바람으로 뿌리 쪽만 훑습니다.
4. 기준선 잡아두기 — 몇 주 넘게 계속 많이 빠지거나, 정수리가 비어 보이거나,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가늘어지면 저는 혼자 판단하지 않고 피부과에 갑니다. 병원 자료에서도 수 주 이상 이어지면 진료를 권하고 있고요.
세어보길 잘했다 싶어요. 배수구만 보고 있을 땐 큰일 난 것 같았는데, 숫자로 보니 제 짐작만큼은 아니었거든요.
물론 이게 안심하고 끝낼 이야기인지는 한 달쯤 더 봐야 알겠죠. 그때 정수리 사진을 다시 찍어볼 생각이에요.
일단 오늘 밤엔 머리부터 제대로 말리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