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놀 매일 발랐다가 2주 만에 접었습니다 (레티놀 초보 주 2회)
빨리 효과 보고 싶어서 설명서를 무시했어요. 적응 기간이 따로 있다는 걸 알고 올해 다시 시작한 방법을 적어둡니다.

세수하고 거울을 봤는데 눈 밑이 하얗게 일어나 있었어요. 손으로 문지르니까 각질이 그대로 밀렸습니다.
그날 아침 화장은 포기했어요. 뭘 발라도 들뜨더라고요. 작년 가을, 레티놀을 쓰기 시작한 지 딱 2주째였습니다.
매일 바르면 빨리 좋아질 줄 알았다
처음 샀을 때 설명서에 주 2회부터 시작하라고 적혀 있었어요. 저는 그걸 보고 좀 답답했습니다. 주 2회면 언제 효과를 보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첫날부터 매일 밤 발랐습니다. 눈가에도, 팔자 주름에도 넉넉하게요. 마흔 넘어가면서 사진 속 제 얼굴이 자꾸 신경 쓰이던 때라 마음이 급했어요.
열흘쯤부터 신호가 왔습니다. 처음엔 기분 탓인 줄 알았어요. 저녁에 바르면 따끔했고, 아침에는 볼이 당겼어요. 그런데도 "원래 이런 거겠지" 하고 계속 발랐습니다. 2주째 되던 날 각질이 눈에 띄게 올라왔고, 거기서 그냥 접었어요.
통에 반도 안 쓴 채로 서랍에 넣어뒀습니다. 그게 1년을 갔어요.
"나한텐 안 맞나 보다" 하고 결론을 내렸거든요. 그런데 안 맞았던 건 성분이 아니라 제가 쓴 방식이었습니다.
레티놀 적응 기간이 따로 있었다
올해 다시 꺼내면서 이번엔 먼저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제가 겪은 게 전부 초기 적응 반응으로 설명되는 것들이었어요.
레티놀은 비타민A 유도체예요. 피부가 새로 올라오는 속도를 바꾸는 성분이라, 처음에는 홍반이나 건조함, 각질, 가벼운 따가움이 올 수 있다고 합니다. 보통 시작하고 1~2주 안에 나타나고, 길어도 4~6주쯤 지나면서 줄어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접은 2주째는 반응이 제일 심할 시점이었던 겁니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이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애초에 매일 바른 것부터가 적응 단계를 건너뛴 것이었죠.
저농도 제품으로 주 2회부터 시작해서 피부 반응을 보며 천천히 늘리라는 설명이 어디를 찾아봐도 똑같이 나왔습니다. 저는 그 과정을 통째로 생략하고 결과만 먼저 가지려고 했던 거예요.
생각해보면 운동할 때도 똑같은 실수를 했었어요.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서 예전 강도부터 꺼내 드는 것. 몸이 따라올 시간을 안 주는 게 제 버릇인가 싶더라고요.
레티놀 밤에만 바르는 이유
이건 좀 민망한 부분인데요. 작년에 저는 아침에 바르고 나간 날도 있었습니다. 밤에 깜빡했으니 아침에라도 바르자는 생각이었어요.
닥터나우의 설명을 보면 레티놀은 자외선에 분해되는 성분이라 저녁에 쓰는 걸 권합니다. 햇빛을 받으면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피부가 더 예민해질 수 있고요. 광과민성이라고, 햇빛이 닿는 부위가 붉어지고 따가워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 나왔습니다.
그래서 쓰는 동안에는 낮에 자외선 차단제를 거르지 말라는 안내가 꼭 붙어 있었어요. 아침에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에도 자외선이 있으니까요.
작년의 저는 밤에 바르는 규칙도, 낮에 차단제를 챙기는 규칙도 둘 다 지키지 않았던 셈입니다. 각질이 그렇게 올라온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어요.
가을이라 자외선이 약해졌겠거니 한 것도 한몫했습니다. 여름만큼 따갑지 않으니 저절로 방심하게 되더라고요.
올해 다시 시작한 주 2회 루틴
이번엔 급하게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 3주째예요.
- 주 2회, 화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만 바릅니다. 요일을 정해두니 헷갈리지 않더라고요.
- 세안하고 3분쯤 기다렸다가 올립니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자극이 더 세게 온다고 해서요.
- 양은 콩알만큼. 작년엔 이것의 두세 배는 썼던 것 같아요.
- 바른 다음엔 보습제를 꼭 덧바릅니다. 순한 클렌저로 바꾼 것도 같이요.
- 다음 날 아침 자외선 차단제는 거르지 않습니다. 흐린 날에도요.
다만 이게 모두에게 맞는 속도는 아닐 거예요.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면 주 1회부터 시작하는 쪽이 안전하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붉은기가 2주를 넘겨 계속되거나 따가움이 심해지면 저는 바르는 걸 멈추고 피부과에 갑니다. 작년에 혼자 버티다 한 통을 버린 경험이 있어서요.
이 글은 2026년 10월 기준으로 찾아본 내용이에요. 제품마다 농도와 권장 사용법이 다르니 들고 계신 제품의 설명을 먼저 보시는 게 맞습니다.
3주 지난 지금 눈에 보이는 변화는 솔직히 없어요. 거울을 들여다봐도 작년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대신 각질도 없고 따가움도 없어요. 화장이 들뜨지도 않고요.
작년엔 이 시점에 이미 포기했으니까, 일단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다릅니다. 효과를 확인하는 건 몇 달 뒤에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서랍에 넣어둔 걸 1년 만에 꺼내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어요. 급하게 가려다 1년을 날렸구나. 그때 설명서대로만 했으면 지금쯤 1년치가 쌓여 있었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