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리 냄새, 머리 안 말리고 잔 탓이었어요
머리 안 말리고 자던 습관 탓이었어요. 장마철 넉 달을 정수리 냄새로 헤매다 감는 시간을 당기고 두피부터 말리는 순서로 바꾼 기록입니다.

아침에 베개 커버를 걷다가 멈칫했어요. 코를 대지도 않았는데 냄새가 올라왔거든요. 어제 분명히 머리를 감고 잤는데요.
커버를 세탁기에 넣고 출근했습니다. 그날 오후에는 회의를 하다가 제가 정수리를 긁고 있는 걸 알았어요. 한 번이 아니었습니다. 손을 내리고 나서야 언제부터 이랬나 싶었죠. 장마가 길게 이어지던 넉 달째였어요.
머리 안 말리고 자는 게 문제였어요
장마철엔 비가 오면 방 안 공기까지 눅눅해집니다. 빨래가 하루 종일 안 마르는 날도 있어요. 그런 방에서 저는 밤 11시쯤 씻고, 수건으로 몇 번 털고, 그대로 누웠습니다. 겨울에 하던 습관을 그대로 들고 온 거였죠.
겨울엔 그렇게 자도 아침이면 말라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계절엔 안 말라요. 일어나면 뒤통수가 아직 축축했습니다. 그게 며칠이 아니라 몇 달이었어요.
찾아보니 축축한 두피에는 노폐물이 붙기 쉽고 세균도 빨리 번식한다고 하더라고요. 비듬이나 모낭염 같은 게 그래서 온다고요. 여름철 두피 냄새를 다룬 기사에서도 감은 뒤 물기를 완전히 없애는 걸 제일 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습도가 높은 계절에 땀과 피지가 늘어나는 것까지 겹치면 더 그렇고요.
저는 정확히 그 반대로 넉 달을 살았던 거죠. 매일 감으면서요. 그게 좀 억울했습니다.
머리를 더 자주 감았더니 냄새가 더 났어요
처음에 제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어요. 덜 감아서 그렇구나.
그래서 하루 두 번씩 감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한 번, 밤에 한 번. 2주쯤 했어요.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오후만 되면 정수리가 더 번들거렸고, 가려운 건 그대로였어요.
그 사이에 두피용이라고 적힌 걸 두 개 사봤습니다. 하나는 화하고 하나는 안 화했어요. 차이는 그게 다였습니다. 문제가 제품이 아니었으니까요.
이것도 나중에 찾아보고 알았습니다. 지나치게 씻는 습관이 오히려 두피 냄새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요. 샴푸 횟수에는 모두에게 맞는 하나의 정답이 없고, 자기 두피 상태에 맞춰 조절하는 쪽이 맞다는 이야기였어요. 기름지면 매일 감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건조하면 매일 감다가 더 자극이 되기도 한다고요.
돈이 크게 든 실패는 아니었지만 2주를 날렸습니다. 게다가 그 2주 동안 저는 뜨거운 물로 감고 있었어요. 시원해지려고 마지막에만 찬물을 한 번 끼얹었죠. 뜨거운 물과 뜨거운 바람이 자극이 된다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미지근한 물이 낫다는 말을 어디선가 봤는데도 그냥 넘겼어요.
감는 시간과 말리는 순서, 두 가지만 바꿨어요
첫째, 감는 시간을 밤 11시에서 저녁 8시로 당겼습니다. 자기 전에 세 시간이 남으니까 그 사이에 마르더라고요. 이게 제일 컸어요. 처음 한 주는 어색했습니다.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은 아예 못 감고 넘어가기도 했고요. 그런 날은 다음 날 아침에 감았어요. 완벽하게 지키려다 보면 어차피 며칠 만에 다 놓게 되더라고요.
둘째, 말리는 순서를 바꿨습니다. 예전에는 드라이어를 머리카락에만 댔어요. 두피는 알아서 마르는 줄 알았거든요. 지금은 두피를 먼저 말리고, 그다음 모발, 마지막에 끝으로 갑니다. 두피에 찬바람을 3분쯤 먼저 줘요. 드라이어는 15cm쯤 떨어뜨리고, 뜨거운 바람은 거의 안 씁니다. 끝까지 바싹 말리지도 않아요. 모발 끝은 조금 촉촉하게 두는 편이 낫다고 해서요.
3주쯤 지나니까 아침에 베개에서 올라오던 냄새가 눈에 띄게 줄었어요. 긁는 것도 덜하고요. 회의 중에 손이 올라가는 일이 없어진 게 저한테는 제일 컸습니다.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못 하겠어요. 비가 며칠 내리 오는 주에는 여전히 조금 올라옵니다. 에어컨을 끄고 자는 날도 그렇고요. 그래도 베개를 걷을 때 멈칫하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지금 하는 두피 관리 순서
- 저녁 8시쯤 감습니다. 늦어도 9시.
- 미지근한 물로. 손톱 말고 손끝 지문으로 두피를 문질러요.
- 수건으로 두피를 꾹꾹 눌러 물기를 뺍니다. 비비거나 짜지 않아요.
- 드라이어 찬바람으로 두피부터 3분. 그다음 모발, 끝은 조금 촉촉하게 남깁니다.
- 베개 커버는 주 2회 갈아요. 이걸 빼먹으면 위를 다 해도 소용없더라고요.
샴푸는 특별한 걸 쓰지 않습니다. 두피용이라고 적힌 가벼운 걸 쓰고 있어요. 다만 가려움이 붉게 올라오거나 비듬이 같이 늘거나, 2주를 넘어가면 저는 그냥 피부과에 갑니다. 혼자 버텨서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넉 달을 헤매고 바꾼 게 결국 세 시간이랑 드라이어 순서예요. 허무하죠. 이럴 거면 진작 검색이나 해볼걸 그랬습니다. 그동안 산 것들만 아까웠어요.
돌아보면 제 문제는 계절이 바뀐 걸 계속 무시한 거였습니다. 습도가 다르면 마르는 시간도 다른데 그걸 넉 달 동안 몰랐어요.
그래도 아침에 베개를 걷을 때 숨을 참지 않게 된 건 확실해요. 습한 계절은 아직 두 달 남았습니다.